■개요
거두절미하고,
OP퀄리티에 감탄이 튀어나왔다.
노래에 색소폰 소리 넣을 생각은 누가 한거야?
역대급으로 잘만든 오프닝이다.
껍질소녀는 원래 알고 있던 미연시였긴 했는데, 일부러 피해다녔다.
취향에 안맞을 것 같아서?
아니, 그림체부터 분위기까지 필자 취향에 100% 들어맞았다.
필자가 환장하는 추리요소까지 듬뿍.
플레이를 안한 것은, '이것보다 좋은 것은 없나?'하는 마음가짐 때문이다.
계속해서 다른 게임 찾아보다가, 결국엔 껍질소녀를 나중에 플레이 하게 되었다.
■설정
때는, 세계2차대전 이후, 황폐화된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립 오우바 여학교에서 자꾸만 학생들이 실종되고, 잔인하게 살해된채, 또 뱃속에 검은 알을 품은채 발견된다.
주인공 '레이지'는 탐정으로서 이 사건들을 해결해나가게 된다.
■특징
- 플레이어를 짓누르는 우울한 분위기
플레이 내내 다크한 분위기에 서서히 압사되는 기분이다.
'장갑악귀 무라마사'가 인파이터처럼 시원하게 플레이어의 멘탈을 개박살 냈다가,
시원하게 개그와 일상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켜 준다면,
'껍질소녀'는 아웃복서마냥, 계속해서 꾸준히 플레이어의 멘탈을 짓누른다.
우울의 늪에 서서히 빠져드는 느낌이다.
- 정교하고 신선한, 그런데 귀찮은 시스템
껍질소녀는 아주 정교하고 예민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수많은 선택지가 떨어져 내리고, 수많은 추리해야할 것이 떨어져 내린다.
선택에 따라서, 얼마냐 잘 추리해나가냐에 따라서 엔딩이 수도없이 바뀐다.
엔딩 종류가 10가지가 넘을 정도면, 이건 뭐;
솔직히 이런 시스템이 있다고 필자는 알고 있었고,
오히려 기대하고 있던 시스템이다.
껍질소녀를 수동적인 '비쥬얼 노벨'이 아니라, 능동적인 '게임'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스토리를 주입하는게 아닌,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면서 시시각각 바뀌는 원인과 결과.
굉장히 취향이다.
문제는, 정말 치사하다고 느껴질정도로 루트 분기가 너무 예민하다는 것이다.
어느정도는 아, 이 선택지는 이러한 결과를 일으키겠구나, 하고 예측이 가야지 플레이어가 뭔가 해나간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 게임에서는 정말, 별거 아닌 선택지가, 나중에 나비효과로 돌아와 엔딩을 바꿔버린다.
그 선택과 결과의 인과관계가 납득이 안가는 것도 많고.
히로인들을 공략하는 선택지는 그래도 납득이 가는 편이다.
아무래도, 사람의 마음에 대한 선택지이기 때문인 것같다.
실제 인간관계처럼 굉장히 섬세한 눈치가 필요하다.
- 현실적인, 그런데 재미없는(..) 추리
'추리 게임'으로서의 껍질소녀는 참 애매하다.
추리게임 특유의 기막힌 트릭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다.
범인들이 변태가 아니라서, 아니 변태긴 하지만,
트릭같은 귀찮은 걸 짜지 않고 그냥 시원하게 사람을 죽이고 유기한다.
레이지도 일개 인간, 일개 탐정이라, 그저 눈에 보이는 단서 몇몇개를 이용하여 몇가지만 추리해낼 수 있다.
'셜록 홈즈'처럼 현장 단서들로 수많은 정보를 얻어서, 화려하게 범인을 추리해내지 않는다.
탐정 보단 형사, '셜록홈즈'보단 '살인의 추억 송강호' 같은 느낌이다.
추리게임 특유의 추리해가는 쾌감은 많이 부족한 편이다.
게다가 추리 난이도도 어렵다.
이 추리 난이도가 어려운 요인에 대해서도 열받는데,
기막힌 트릭, 복잡한 살인등으로 추리 난이도를 올리지 않고,
치사한 방법으로 난이도를 올리기 때문이다.
추리파트에서 일부러 아무의미 없는 선택지를 엄청나게 뿌려대거나,
쓸데없는 정보, 단서까지도 엄청나게 쏟아내서 플레이어를 혼란스럽게 한다.
가장 치사했던 선택지는, 아직도 기억나는데,
"정말 그 선택이 맞습니까?"하고 되물어보는 선택지다.
너무하다 싶다.
- 갬성빨로 얼렁뚱땅 넘어가기
껍질소녀는, 갬성빨로 각종 약점을 가리려고 경향이 있다.
많은 약점을 다양하게 가리는 데, 우선,
껍질소녀의 살인마에 대해서, 동기가 정말로 이해가 안간다.
와 무시무시하다, 혹은 뭐 이해는 된다, 와 저건 사람도 아니야, 이런 반응보다
'???' 라는 반응이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왜냐,
살인마가 인간도 악마도 천사도 아닌,
뭔가 외계인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서 범인도 뭔가 이해안가는 느낌인데, 요상하게 설득력이 있다.
껍질소녀는 살인마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설득력이 없다.
결국엔, 난해함에도 설득력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시나리오도 뭔가 기묘하다.
초반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의 빌드업을 후반에서 전부 회수하는데,
그 많은 사건들과 인물들을 억지로 서로 연결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그 수없이 많은 연결 탓에, 마지막 사건해설을 듣다보면 역시 반응이,
'???'
라고 밖에 안튀어나온다.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근데 뭔가 갬성빨로 감동은 받는다.
엔딩도 똑같이,
오... 뭔가 감동이긴 한데..
누가봐도 굉장히 슬프고 나쁜 상황인데, 이상한 감성빨과 분위기로 상황을 감동으로 변환시켜버린다.
-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엔딩들
엔딩이 너무 많다.
그것까진 좋은데, 엔딩들이 각자 엄청나게 개성이 뚜렷하진 않다.
미연시에서는 히로인에 따라 스토리 전개, 엔딩이 확연하게 달라지는게 대부분이다.
근데, 껍질소녀는 되게 엔딩들이 전개가 서로 비슷비슷해서 굳이 다른엔딩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안든다.
다른 엔딩에 도전하는 노력 대비, 다른 엔딩에 도전하는 메리트가 없다.
해피엔딩이 없다는 것도 슬프다.결국 레이지는 죽어라 추리하고 굴러도,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없어서, 굉장히 허탈하다.
■총평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은, 쿨하다.
가을에 찬바람이 설렁설렁 불어오는 감성이랄까.
추운날 밤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군고구마랑 함께 즐기면 더욱 재밌을것 같은 감성이다.
물론, 후반부 가면 분위기에 압사당할것 같아서 군고구마를 내뱉게 되지만.
분위기와 CG, 신박한 게임방식은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근데 작품의 외면에 비해, 내면은 많이 투박하다.
겉모습이 화려한데, 안에 들어가보면 어딘가 많이 이상하고 불안한 건물을 보는 느낌이다.
시스템을 좀더 섹시하게,
추리는 조금 더 쉽게,
스토리는 조금 더 몰입감있고, 단단하고, 이해가 가게,
엔딩은 더 희망차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100점을 줄 수 있다.
여하튼 상기한 단점들에 때문에 별 3개를 주도록 한다.
추천대상
-이노그레 특유의 갬성이 마음에 드는 사람
-신선한 미연시를 해보고 싶은 사람
평점 : 85/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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